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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터이야기


작성일 : 22-03-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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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컬럼] 아무 것도 안한 죄
 글쓴이 : 이강덕
(조회 : 86)  


 

깊은 악몽에서 막 깨어 나온 것처럼 아직도 혼미한 게 사실입니다. 육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힘든 한 주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종합적인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상당히 조심했고, 민감하게 긴장했는데 오미크론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대를 가리지 않는 것이 분명합니다.

오래 전,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프랑스의 아주 한적한 농촌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농부가 레지스탕스로 오해되어 독일의 비밀경찰에 체포되는 바람에 졸지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너무 억울한 농부는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다. 나는 레지스탕스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김득중, “무엇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가?”, 삼민사,p,51.)

그러자 옆에서 같이 체포된 진짜 레지스탕스 요원이 농부를 보며 냉소적으로 이렇게 힐난합니다.

당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잘못이다. 당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죽어 마땅하다. 전쟁은 5년이나 계속되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참하게 피를 흘렸고 수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어 버렸다. 조국과 민족이 멸망 직전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도대체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나는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져 붕괴되는 비극을 보면서도 툰베리처럼 절규하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을 의도적으로 불태우는 야만적 폭력이 횡행해도 아파할 뿐 소리치지 않았습니다. 국가적인 이익이라는 빌미 아래 자행된 4대강 건설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보시기에 아름다운 피조의 세계를 무참히 훼손하는 만행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항거한 번 못하고 무기력했습니다. 탄소제로 시대를 향해 나아가자는 슬로건이 드높은 데도 나 스스로는 편리함을 버리지 못해 자동차 공회전 하나 제대로 삼가지 못하는 공범자로 살았습니다. 러프킨의 지적인 동물의 영역을 문명화의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거침없이 침범한 인간에 대한 분노와 반격의 결과가 코로나의 습격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지난 주간, 공범자인 나는 속수무책으로 그 바이러스들의 혹독한 반격을 받았다. 5일 동안 육체적 고통의 심연에 빠졌다가 간신히 탈출했습니다. 앞으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지 조금은 두렵습니다.

확진 이후 한 주간 모든 예배가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부교역자들이 수고하고 있습니다. 발열의 강도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근육통도 사라졌습니다. 심한 기침으로 인해 동반된 폐가 찢어질 듯한 고통도 기침이 멎으면서 없어졌습니다. 혀에 돋은 심한 혓바늘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하던 오한도 멎었습니다. 아내의 얼굴을 2M 거리에서 본지도 일주일인데 참을만하다. 그런데 마음이 아물지 않고 두렵고 또 두려운 것이 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자였구나! 라는 공범의식입니다.

철저한 격리 생활은 많은 불편함과 육체적인 고통을 동반했지만, 나름 역으로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한 공부의 시간도 되었습니다. 오늘이 격리 해제일인데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 세인 강단이 더 견고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오미크론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 걸리면 안 되는 고통이었습니다. 세인 공동체 모두의 건강을 중보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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