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홈으로 > 세인 나눔 > 목양터이야기

목양터이야기


작성일 : 23-03-18 07:46
목록
[목사님컬럼] 다시 걸으면서
 글쓴이 : 이강덕
(조회 : 42)  


 

걷기는 세계를 사물들의 충일함 속에서 생각하도록 인도해주고 인간에게 그가 처한 조건의 비참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 예찬”, 현대문학, 237)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브르통 교수가 갈파한 대로라면 이런 수지맞는 장사가 또 어디에 있겠나 싶다. 사람들이 수없이 경험하는 삶의 정황 속에 나타나는 정 반대되는 정서적 경험을 극복하게 해준다니 걷기는 이런 차원으로 보면 신비의 치료제다.

지난 주간부터 다시 짬을 내 걷기 시작했다. 동네 하천을 따라 형성된 둘레 길에서, 조금 떨어진 자연생태 습지에서, 그리고 제천에 조성된 아름다운 초록길에서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외부 날씨가 이제는 걷는 것을 허용할 정도가 되었기에 먼지 주의보를 확인한 뒤, 그런대로 상태가 좋으면 워킹에 나섰다.

아들이 사준 인이어 블루투스를 끼고 왕복 약 5km를 걸으며 듣는 음악들은 보폭을 딛는 리듬으로 작용해서 걷기를 경쾌하게 한다. 더불어 선택해 듣는 잘잘법유트브 방송은 걷는 내내, 나를 영적으로 살찌우게 하는 긍정의 시간이기도 하다. 아직은 완전한 봄기운이 성큼 다가오지 않아 걷기에 동참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겨울 내냐 움츠려 있었던 사람들이 주간 내내 조금씩 더 눈에 많이 띄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봄은 근처에 와 있는 게 분명하다.

하천과 습지에 조성되어 있는 조그만 못에는 이제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서 외출 나왔다고 신고하는 오리 커플이 걷는 이를 행복하게 해 준다.

청년 시절, 니체는 본인에게 세 가지의 오락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첫째는 나의 쇼펜하우어, 둘째는 슈만의 음악, 그리고 마지막은 혼자만의 산책이다.” (리베카 솔닛, “걷기의 인문학”, 반비, 37.)

철학적 사유가 나오는 통로가 책과 음악과 걷기였다니 음미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 보면 과격한 운동을 할 때는 승부욕을 자극한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는 참 좋은 일이지만, 끝내고 나면 왠지 모를 동물적 근성이 끈적거리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걷는 것은 이런 동물적 분비물이 생성되지 않는다. 걷기가 좋은 이유는 정서적 안온함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이다. 이제 걷기 좋은 계절이 곁으로 다가왔다. 삶이 분주하고 버거워도 아주 가끔은 의도적으로라도 운동화를 신고 끈을 조여보자. 걷기는 직립보행을 할 수 있도록 진화된 인간에게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하사품이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